제목 나주영산포 홍어의 유례
작성일자 20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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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힘

 

나주 영산포 홍어


 

홍어하면 전라도부터 떠올린다. 이처럼 정체성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한국음식은 드물다.

쇠락하였던 영산포가 홍어로 다시 뜨고 있다. 영산포를 넘어, 전라도에 힘을.

홍어는 가오리목의 생선이다. 납작한 마름모 모양으로 생겼으며 바닥 쪽에 입이 있다. 이 가오리목의 생선은 전 세계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 그 모양이 비슷하여 홍어 아닌 것도 홍어 취급을 한다. 어시장에 가면 여러 수입 가오리목 생선을 볼 수가 있는데, 그 계통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국내에서는 특히 가오리와 비교하여 가오리목 생선을 홍어와 가오리 이 둘로 구별하는 관습이 있다. 홍어의 제철은 겨울에서 이른 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요즘 한국인이 먹는 홍어는 거의 수입품이다. 또 여기에 나오는 영산포 홍어 역시 수입품이다. 국산 홍어가 귀하고, 따라서 제철은 큰 의미가 없다. 또, 홍어는 어디서 잡는가 하는 산지보다 어디서 삭히는가 하는 가공지 또는 어디서 먹는가 하는 소비지가 그 유명성과 더 관련이 있다.


 


 

영산포의 한 홍어 가공 공장에서 찍은 것이다. 수입 홍어이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홍어는 수입 홍어이고, 이것이 한 지역 음식의 향토성을 침범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산이 워낙 귀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홍어


홍어 앞에 ‘나주 영산포’라는 지명을 붙인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지역이 여럿 있다. 홍어를 자기 지역의 향토음식이라 주장할 만한 곳으로는, 흑산도가 있는 신안군, 광주광역시, 목포시, 무안군, 영암군, 함평군 등등이다. 그 외에도 전라도 여기저기서 “홍어는 우리 것이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전라도, 특히 전라남도와 광주시에서 이 홍어를 많이 먹는다. 또, 인천광역시에서도 홍어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다. 2011년 현재 국내에서 홍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앞바다이기 때문이다. 이 인천 홍어의 상당량이 위에서 말한 남쪽의 그 지역으로 팔려나가고 있으니 국내 홍어 산지에 방점을 찍자면 ‘인천 홍어’가 맞을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경상도 지역이라고 하여 홍어를 덜 먹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체인의 대형 마트에 포장 홍어회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홍어회가 가장 많이 팔리는 매장이 울산과 창원이다. 대한민국의 홍어인 것이다
 

홍어나 돔배기나


홍어는 삭힌 홍어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독특한 냄새 탓에 홍어를 즐겨 먹는 호남 사람들에 대한 지역적 편견을 이 음식에 덧씌우는 사람들이 있다. 삭힌 홍어를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냄새가 불쾌할 수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동물은 그 몸의 노폐물인 요소를 오줌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홍어는 그 요소를 피부로 내보낸다. 그 피부의 요소가 암모니아발효를 하여 내뿜는 냄새가 이 홍어 냄새이다. 암모니아발효를 하게 되면 잡균을 죽이게 되는데, 그래서 홍어는 상온에서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옛날에 홍어의 주요 산지는 서남해안이었다. 이 홍어를 잡아 내륙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 발효를 한 홍어를 그 주변의 지역에서 흔히 먹게 되면서 ‘전라도 홍어’가 탄생한 것이다.


 

경상도에 이 홍어와 똑같은 경우의 음식이 있다. 돔배기이다. 포항시, 영덕군, 청송군, 안동시, 영천시, 의성군, 군위군, 영주시, 봉화군, 예천군, 경주시, 대구광역시 등지에서 먹는다. 제사 음식으로도 오른다. 돔배기는 상어 고기인데, 상어도 피부로 요소를 배출하고 자연 상태로 두면 암모니아발효가 일어난다. 그 찌르는 듯한 화장실 냄새는 홍어나 돔배기나 같다. 경상도에 돔배기를 먹는 것은 그 동남해안의 바다에 상어가 많이 잡히고 그 상어를 내륙으로 가져오는 동안 자연 발효를 하여 이를 먹어 버릇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식으로 지역감정을 건드리고 편을 가르는 일은 무지한 인간이나 하는 일이다.
 
 

1)옛 영산포의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등대이다. 내륙에 있는 등대로 국내에 유일하다. 홍어 거리 조성 사업을 하느라 손을 보고 있다.
2)소규모 홍어 가공 업체이다. ‘전국 택배 운송’이 이 업체의 사업구조이다. 매장에 와서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인터넷, 전화, 택배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뱃길


전남 나주시 영산포는 옛날에는 포구였다. 황해에서 영산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들어오는 뱃길의 끝에 있었다. 영산강 주변으로는 벼를 재배하는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 평야에서 세금으로 거둔 쌀을 모으는 조창이 있었다. 영산창이라 하였는데, 그 쌀은 한양으로 보내어졌다. 일제강점기에도 영산포에 쌀이 모였다. 영산강의 뱃길을 따라 평야의 쌀을 모았고, 그 쌀은 또 이 뱃길을 따라 목포를 통해 일본으로 보내어졌다. 따라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많이 살았고 크게 번창하였다. 해방 이후에도 어항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였으나 1976년 영산강에 하구언이 생겨 물길이 막히면서 급속히 쇠락하여갔다.


 

2011년 현재 영산포에는 40여 곳의 홍어 가공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큰 규모의 공장은 몇십 명의 직원이 일을 한다. 홍어 하나로 먹고사는 듯이 보인다.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단 3곳의 홍어집이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 말 영산포의 한 홍어 가공 업체가 대도시에 포장 홍어회 상품을 내면서 영산포가 삭힌 홍어의 원류 고장임을 내세운 마케팅을 전개하였다. 먼 옛날 흑산도 등 신안 앞바다의 홍어가 뱃길을 따라 영산포까지 올라와 팔렸는데, 장거리 운항으로 인하여 홍어는 자연스럽게 발효를 하였고, 그 삭힌 홍어 상태로 영산포에서 각지로 운송되었다는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이 스토리로 영산포는 홍어의 고장으로 급부상하였다. 그러나 영산포 내에 홍어 식당은 별로 없다. 광주, 목포 등 근처의 홍어 소비 도시에는 이미 홍어집이 번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의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대규모 업체 외 대다수의 작은 업체들은 소비자 직거래에 집중하고 있었다. 끊긴 뱃길을 인터넷, 전화, 택배 시스템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